아동 유괴 상황극 실험결과 '아동 실종 공포증'.news


"○○ 유치원 다니는 예솔(가명)이지? 엄마가 지금 다리를 다치셨거든. 이모랑 같이 집에 가자."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유괴범 역할을 맡아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에게 낯선 이가 다가갈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해 근처에 사는 다른 엄마와 짜고 '유괴 상황극 품앗이'를 한 것이다.

이어 다른 엄마가 A씨 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멀찌감치서 지켜보던 A씨는 "아이가 아무런 의심 없이 다른 엄마 손을 잡고 따라나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했다. 그날 저녁 A씨는 아이에게 "아무리 엄마 친구라고 해도 절대 따라가서는 안 된다" "엄마는 절대 남을 시켜서 너를 데려오라고 하지 않는다"고 몇 번을 주지시켰다.

아동 실종과 관련해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서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유괴되는 상황을 가정해 부모들끼리 서로 짜고 아이에게 접근해 보거나 전문 기관에 납치 예방 교육을 맡기기도 한다.

아이 둘을 키우는 이모(36)씨는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내보내기도 겁이 난다"며 "이웃집 아이들과 놀아도 절대 집에는 따라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5개월 남아를 키우는 이는 "준희양 실종 뉴스를 보고 바로 아이에게 미아 방지 팔찌를 채워줬다"며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도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경찰에 미리 아이의 지문과 키, 체중, 부모 연락처를 등록해 놓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9월엔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에서 세 살짜리 남자아이가 길을 잃었다. 부모는 바로 전날 인근 파출소를 찾아 아이의 신상 정보를 등록해 둔 터였다. 경찰에선 바로 아이의 지문을 확인해 15분 만에 부모에게 인계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정승화 경감은 "보통 미아(迷兒)를 부모에게 찾아주는 데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데 사전 등록을 해두면 40~50분 만에 찾는다"며 "부모가 애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8세 미만 아동 중 약 85%가 경찰에 지문 등록이 되어 있다. 가까운 파출소에 찾아가거나 모바일 앱 '안전Dream'을 다운받아 등록할 수 있다(문의 182). 지문 능선이 발달하는 3세 이후에 등록하도록 권장하지만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들도 부모가 노파심에 등록해 놓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 유치원은 얼마 전 원생들에게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어 달라고 한다'며 상황극을 시켰다. 역할 놀이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실종 예방 교육이었다. 아이 대부분이 선뜻 짐을 같이 들겠다고 할머니를 따라나섰다. 교사들은 이 동영상을 찍어 부모들에게 보내줬다. 교육을 맡은 교사는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악당처럼 생긴 어른들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착해 보이는 사람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집에서도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답했어야 할 정답은 "저는 아직 어려서 다른 어른을 불러 드릴게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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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