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앞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신규 구인(求人)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선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있는 직원도 내보내야 할 지경"이라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당분간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지난달 등록된 신규 구인 인원은 전년도 같은 기간(25만1107명)에 비해 17.1% 감소한 20만8102명에 그쳤다. 12월 감소율로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워크넷은 고용부 고용센터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등록된 구인·구직 정보를 취합해 매월 통계를 발표한다.
신규 구인 인원은 지난해 10월 14.9% 감소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줄었다. 구인 인원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4년 5~8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이처럼 구인 건수가 감소한 것은 올해 1월 최저임금 16.4% 인상을 앞두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지역 백화점 등에서 장신구 매장 3곳을 운영하는 송모(33)씨는 "지금 직원이 8명인데 앞으로 그만두는 사람이 생겨도 직원을 더 이상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용 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4분기 신규 고용 감소는 기업과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일찌감치 고용 조정에 나선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전체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 고용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구인 공고는 상용직(정규직)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전년 동월보다 약 25% 줄어든 12만8000여 명이었다. 5인 미만 사업체의 지난달 구인 규모는 전년 동월보다 22.8%가 준 5만 145명이었다.
정부는 사업주 등이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날 아파트·건물관리업,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수퍼마켓 등 5개 업종을 최저임금 취약 업종으로 보고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워크넷 집계에도 전년 동월 대비 경비·청소업 구인 규모가 지난 12월에 감소 추세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9.7% 증가율을 보이던 구인 인원이 12월 2.2% 감소로 반전한 것이다.
영세 사업주들은 "수익은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게 없는데 정부는 단속을 강화한다며 압박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조모(57)씨는 "사실상 '교육생'에 가까운 초보 직원도 예전에는 데리고 일했는데 이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커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에 업종별 특성이나 직원의 생산성도 고려해야지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체감한 사업주가 많아 구인 규모는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를 주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사업장 노사 간) '을(乙)의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