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4개로 고개 숙인 이상한 기자회견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올림픽·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 국제대회 양궁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의 금메달을 누가 저지할까 하는 점이다. 웬만해선 적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양궁을 ‘한국’과 ‘한국이 아닌 나라’의 대결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국은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양궁대표팀을 파견했다. 그 이후 수확한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23개. 세계 최다 올림픽 금메달 보유국이다. 두 번째로 많은 미국의 금메달 숫자는 14개다.

체계도 없이 ‘활쏘기 대회’ 수준으로 치러졌던 1900~1920년 올림픽 메달 기록을 제외하면 ‘한국’과 ‘한국이 아닌 나라’ 사이의 간극은 더 선명해진다. 양궁은 1972 뮌헨올림픽에서 현대식 체계를 수립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때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양궁에서 수여된 금메달 숫자는 모두 40개. 미국(8개) 이탈리아(2개) 중국(1개) 등 ‘한국이 아닌 나라’의 금메달 숫자를 모두 합하면 17개다. 한국보다 6개나 적다.

그나마 유일한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미국마저 출전하지 않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양궁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8년 태국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3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중국·대만·일본 등 새로운 경쟁자가 도전을 걸어오고 있지만 한국을 흔들 만큼 성장하지 않았다. 그저 간극만 좁혔을 뿐이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8개 중 4개를 수확했다. 은메달은 3개, 동메달은 1개다. 이번에도 가장 많은 메달이 한국 선수들의 목에 걸렸다. 양궁의 모든 세부종목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던 지난 대회까지의 성적에 미치지 못했다. 당초 목표했던 성적(금메달 7개)에 이르지도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일 성적은 아니었다.

김성훈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김성조 선수단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금메달) 100개가 걸려 있으면 100개를, 1000개가 걸려 있으면 1000개를 따고 싶다. 우리도 안타깝다. 2020년(도쿄올림픽)에는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맺으면서 “한국 양궁에 무슨 일이 있냐는 말을 들었다.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입에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장혜진은 “양궁에 관심을 갖고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믿고 응원해준 만큼 우리가, 그리고 내가 보답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실망감도 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양궁이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헤진은 리커브 여자 단체전 우승을 합작한 금메달리스트다.

장혜진과 시상대에 함께 올랐던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최보민은 배우 유아인의 영화제 수상소감을 인용했다. 그는 “연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유아인의 수상소감에서 들었다. 우리가 활을 쏘는 날, 사선에 섰을 때는 누구보다 나를 믿고 강렬하게 한다면 어떤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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