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 "당연하지, 하지만…"
지난주 ‘당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7가지 이유’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의 핵심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자신의 시간 사용과 스트레스 정도, 사회활동, 삶의 목표를 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운동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돈만 있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반박 댓글이 꽤 달렸다. 솔직히 20억원 가량의 로또만 당첨돼도 삶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상 많은 현인들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조언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정말 돈만 있으면 삶의 만족도가 확 높아지는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펼쳐지는지 생각해봤다.

1. 돈이 문제라면 인생에 더 큰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세 아들을 키우는 가난한 남자가 있었다. 아들들에게 새 운동화를 사줄 돈도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그는 부잣집을 방문해 소소한 수리를 해주게 됐다. 그는 일을 하며 집 주인 부부에게 자기 아들들이 얼마나 개구쟁이인지 신발이 금방 닳는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그 집 부인이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남자가 당황하자 그 집 남편은 딸이 하나 있는데 아파서 태어난 후 12년 동안 한 발자국도 걸어본 적이 없다며 부인이 당신의 건강한 아들들 얘기를 듣고 딸 생각이 나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남자는 집에 돌아와 너덜너덜해진 아들들의 운동화를 품에 안고 돈이 없어 불평했던 것을 반성하며 아이들의 건강함에 감사했다.

돈만 있으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돈은 벌면 되니 말이다. 만족할 만큼 큰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돈은 내 노력으로, 내 의지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중증 치매로 점점 더 상태가 나빠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면, 불치병에 걸려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다면, 자식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됐다면, 이런 문제는 내 노력으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돈은 많은데 비리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다 수치심에, 또는 억울함에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돈이 없어 목숨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돈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삶의 문제가 너무 버거워 살기를 거부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겪는 고통은 절대치다. 다른 사람이 함부로 '네 문제는 그리 심각한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게 돈은 부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2. 인생에는 고난 불변의 법칙이 있다=돈이 가장 큰 고민인 사람은 돈 문제만 해결되면 인생의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얻어 돈 문제가 해결되면 직장 내 인간관계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대두될 수 있다. 사업에 성공해 돈은 많이 벌었지만 가정 불화가 생기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 지인이 공부 안 하는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걱정하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아들이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 것 같죠? 자녀의 입시 걱정이 100이라면 취업 걱정은 500이예요. 아들이 제대하고 복학하면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문과라 갈 데가 많지 않아 고민이예요.”

이 말을 몇 개월 전 아들을 장가 보낸 아는 분에게 전했더니 그는 “자식이 취직하고 결혼하면 끝일 거 같죠?"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아들이 결혼하니 며느리랑 조금만 다툰 거 같아도 가슴이 철렁하고 둘이 잘 사는지 궁금한데 간섭하는 거 같아 말도 못하고 그래요”라며 “자식 걱정은 평생 그치는 법이 없나 봐요”라고 했다.

한 전업주부는 “돈 걱정이 없으면 남편이 문제고 남편이 좀 괜찮으면 시댁이 속 썩이고 시댁이 잠잠하면 친정 식구들이 말썽이고 돌아가며 골고루 고난을 주네요”라며 “물리학에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는 고난 불변의 법칙이 있어서 평생 일정 수준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은 안고 가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 그럼에도 돈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올라간다=앵거스 디턴 프리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갤럽이 2008~2009년 미국 전역의 4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통계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올라가는 반면 행복감은 연봉 7만5000달러(약 8400만원)에서 멈춘다’는 결론을 얻었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의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행복감은 ‘어제 하루 대부분 동안 어떤 감정을 느꼈나’를 물어 ‘스트레스’ ‘행복’ ‘즐거움’ ‘근심’ 등에서 고르도록 했다. 디턴과 카너먼은 연구 논문에서 “만족도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좌우되는 반면 행복감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의 순위에 영향을 받는 만큼 소득과 정비례하는 경향을 보이고 행복감은 개인의 사적 감정인 만큼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돈이 미치는 영향력이 줄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삶에 대한 만족도는 사회·경제적으로 받는 평판과 지위가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등 행복과 달리 외부 조건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돈이 많으면 주위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만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돈이 많다고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외부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도 만족감 역시 본질적으로는 마음의 문제니 자기 삶의 전반을 살피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데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 조건은 내가 고치는데 한계가 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뿐이라는 점이다. 결국 돈보다는 마음이 삶의 만족도에 더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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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스